작년 초겨울부터 스멀스멀 무기력과 우울감이 찾아왔다. 평소와 다르게 점점 기세가 커지더니 결국 쓰나미처럼 나를 덮쳤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순식간의 나의 일상은 회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나는 우울 만랩인 여자. 익숙하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납덩이 같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밖으로 나갔고, 목숨이 걸린 것처럼 햇빛을 쬐며 걸었다. 상비해둔 항우울제를 찾아서 시간 맞춰 삼키고, 일정들도 일단 미뤄놓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밀린 일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졌다. 그 중 하나가 뉴스레터에 첫 글을 쓰는 것이었다.
새해에 발간하는 첫 뉴스레터의 첫 글에 밝고 명랑한 기운을 담뿍 담고 싶었다.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축제'라고 레몬옐로우 톤의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나야말로 회색빛에 갇혀 삶을 ‘풀어야 할 숙제’처럼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희망찬 기운은 커녕 1주일 넘게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끙끙댈 뿐이었다.
결국 뉴스레터 발간 일정까지 연기하게 되자, 애써 봉인해놓은 불행 레퍼토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나는 왜 살아있어야 하는 거지... 왜 나는 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려고 애를 써야 하지... 왜 나는 맨날 무기력할까...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무겁고 힘들까... 왜 아무리 노력해도 우울도 무력감도 나아지지 않을까...'
. . . 하지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무기력을 경험하려고 살아있는 거야."
맞다. 아이스크림을 맛보듯이 내 삶의 고단함을, 무거운 책임감을, 내 몸을 짓누르는 무기력을 경험하려고 나는 살아 있다. 찬란한 햇살을 느끼듯이 숨 막히는 우울감을 느끼려고 나는 살아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듯이 무채색 벽돌 같은 먹먹함을 느끼려고 나는 여기 있다. 그러니 더 생생히, 더 집중해서 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맛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내가 할 일을 깨닫고는 다시 힘차게 나의 무기력을 끌어안는다. 레몬 옐로우 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뉴스레터의 첫 글을 써내려간다. 화가 프리다 칼로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의 마지막에도 자신의 그림에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를 적어 넣은 것처럼, 놀이가 될 수 없는 무겁고 힘든 현실을 놀이와 예술로 승화하는 것. 그것이 내가 릴라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니까.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나의 회색빛 마음에 레몬 옐로우 빛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다.) |
작년 초겨울부터 스멀스멀 무기력과 우울감이 찾아왔다. 평소와 다르게 점점 기세가 커지더니 결국 쓰나미처럼 나를 덮쳤다. 시도 때도 없이 눈물이 쏟아졌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으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순식간의 나의 일상은 회색으로 변했다.
하지만 나는 우울 만랩인 여자. 익숙하게 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납덩이 같은 몸을 간신히 일으켜 밖으로 나갔고, 목숨이 걸린 것처럼 햇빛을 쬐며 걸었다. 상비해둔 항우울제를 찾아서 시간 맞춰 삼키고, 일정들도 일단 미뤄놓았다. 하지만 하루하루 지날수록 밀린 일에 대한 압박이 점점 커졌다. 그 중 하나가 뉴스레터에 첫 글을 쓰는 것이었다.
새해에 발간하는 첫 뉴스레터의 첫 글에 밝고 명랑한 기운을 담뿍 담고 싶었다. 삶은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니라 '즐겨야 할 축제'라고 레몬옐로우 톤의 글을 쓰고 싶었다. 하지만 정작 나야말로 회색빛에 갇혀 삶을 ‘풀어야 할 숙제’처럼 무겁게 느끼고 있었다. 희망찬 기운은 커녕 1주일 넘게 한 줄의 글도 쓰지 못하고 끙끙댈 뿐이었다.
결국 뉴스레터 발간 일정까지 연기하게 되자, 애써 봉인해놓은 불행 레퍼토리가 터져 나왔다.
'도대체 나는 왜 살아있어야 하는 거지...
왜 나는 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끌어안고 어떻게든 살려고 애를 써야 하지...
왜 나는 맨날 무기력할까...
왜 내 인생은 이렇게 무겁고 힘들까...
왜 아무리 노력해도 우울도 무력감도 나아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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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이 질문의 답을.
이미 잘 알고 있다.
"지금 이 무기력을
경험하려고 살아있는 거야."
맞다. 아이스크림을 맛보듯이 내 삶의 고단함을, 무거운 책임감을, 내 몸을 짓누르는 무기력을 경험하려고 나는 살아 있다. 찬란한 햇살을 느끼듯이 숨 막히는 우울감을 느끼려고 나는 살아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듯이 무채색 벽돌 같은 먹먹함을 느끼려고 나는 여기 있다. 그러니 더 생생히, 더 집중해서 이 무력감과 우울감을 맛보는 것이 내가 할 일이다.
내가 할 일을 깨닫고는 다시 힘차게 나의 무기력을 끌어안는다. 레몬 옐로우 톤과는 거리가 멀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뉴스레터의 첫 글을 써내려간다. 화가 프리다 칼로가 고통으로 가득한 삶의 마지막에도 자신의 그림에 Viva La Vida(인생이여 만세)를 적어 넣은 것처럼, 놀이가 될 수 없는 무겁고 힘든 현실을 놀이와 예술로 승화하는 것. 그것이 내가 릴라를 통해 세상에 전하고 싶은 메시지니까.
(이렇게 글을 쓰는 동안 나의 회색빛 마음에 레몬 옐로우 빛이 조금씩 스며드는 것 같다.)
라라 | 창조성학교 Leela 대표
맑고 밝고 명랑하며, 우울하고 무기력하다.
각자만의 고유함대로 삶을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안내하는 일을 몹시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