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창조성 일지]헤어짐을 거듭하며 우리는 더욱 명료해진다

릴라레터의 잠정 마지막 호에 글을 실어달라는 부탁을 받고, 마음이 싱숭생숭했다. 나도 레터지기 제안을 받은 적이 있었기에 더 그랬을까. 잠깐이었지만, 릴라레터를 창간하기 위해 책도 읽고 회의도 했던 순간들이 스쳐 지나갔다.

아쉽다. 가장 먼저 든 감정이었다. 늦게나마 객원으로 한 귀퉁이 글을 싣겠다고 먼저 요청할 정도로 애정하는 단체였다. 릴라의 사람들 — 잘은 모르지만, 창조성이라는 막연한 단어 아래 모인 —이 사람들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었다. 그 아쉬움에 나라도 레터지기에 지원해 볼까, 잠시 고민 했었다.

하지만 욕심이라는 걸 잘 알았다. 아쉬워서, 또는 책임감에 일을 맡게 되면, 결국 내가 정말 좋아하는 일에 쏟을 시간이 부족해져 짜증이 난다. 스스로 맡겠다고 해놓고, 일하는 내내 불평하고 초조해하는 나에게 자괴감이 든다. 결국 몸과 마음이 지친 끝에야 감정에 솔직해진다. 다 내려놓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일 딱 한 가지만 집중하고 싶다고. 


그래서 릴라레터도, 아쉽지만, 당분간 만나지 못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받아들임이 슬프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더 명료해지고 홀가분한 느낌이었다. 당분간 창작 활동에 더욱 집중해야겠다는 욕구가 선명해졌다.

잠시나마 뉴스레터에 대해서 공부도 해보고, 새로운 인연들과 연결될 수 있어 즐거웠다. 하지만 지금의 나에겐 역시 노래와 영상을 만드는 게 제일 중요하다. 이젠 그 마음을 존중한다. 가장 좋아하는 일에 시간을 쏟는 걸 사치스럽다고 생각했던 내가 아티스트 웨이를 만나고, 릴라를 만나면서 이렇게나 변했다.

나를 존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기에 릴라레터를 운영하는 사람들도 그러기를 바란다. 각자 자신에게 가장 맞는 길을 걷다가, 운명이 만약 준비되어 있다면, 다시 릴라레터에서 만났으면 좋겠다💕💕

그동안 또 수많은 만남과 헤어짐을 겪을 우리가 기대된다. 다시 만날 날에 우리는 얼마나 더 명료해져 있을까? 무엇을 내려놓고, 무엇을 더 좋아하게 될까? 릴라 사람들의 각양각색의 경험이 모여 더욱 다채로운 릴라레터로 돌아오기를. 이 글을 읽는 여러분께 사랑을 보내며 마지막 글을 마무리합니다 🥰🙏


채유 | 예술가 & 창조성 코치

비생산 저성장 즐거운 신인류를 꿈꾸는 채유입니다.
유튜브 < 비생산채유 LazyChaeyoo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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