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인사이트]나, 잘 듣고 있는 걸까


루 종일 온갖 소리를 듣는다. 아침에 일어나 잠들 때까지 내 귀엔 쉬지 않고 소리가 들린다. 어떤 소리는 듣고 어떤 소리는 듣지 않는다. 어떤 소리는 편안하지만 어떤 소리는 신경을 거스른다. 어디 그뿐이랴, 마음속에서도 끊임없이 소리가 들린다. 내 안에는 자아가 몇 개일까. 분주하게 떠들어대는 목소리들 탓에 하루가 바쁘다. 

요즘 <아티스트웨이, 마음의 소리를 듣는 시간> 실천 독서모임을 진행 중이다. 이 책에서는 창조성을 되살리는 방법으로 모닝페이지, 아티스트데이트 외에도 산책과 ‘듣기’를 강조한다. 모임을 진행하는 요즘 ‘들으며’ 일상을 살고 있다.

번째 미션은 주변의 모든 소리를 듣는 것이었다. 산책을 하며 새가 지저귀는 소리,  놀이터에서 뛰어노는 아이들의 소리, 이동할 때 들리는 버스 엔진 소리부터 집 안의 세탁기 진동소리까지. 평소에 무심코 흘려보내던 소리를 귀 기울여 들어보았다. 새삼 이렇게 많은 소리를 들으며 살고 있었구나, 재발견하였다.

번째 미션은 타인의 말을 듣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말을 진정 귀 기울여 듣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티키타카를 해야 한다는 압박에 중간에 끼어들어 장단을 맞추는 습관을 벗겨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친하다는 이유로 할 말이 생각나면 비집고 들어간 적은 얼마나 많았는가. 상대가 적절한 단어를 찾고 있을 때면 냉큼 찾아준 적은 얼마나 많았던가.

‘진정한 듣기란 나의 의견을 포기하고 상대의 생각에 온전히 빠져들어 이해하는 것’이란다. 타인의 말을 귀 기울여 들음이 이토록 쉽지 않음을 발견했다. 누군가의 말을 기다리며 온전히 들을 수 있을 때 내 안의 작은 아이의 소리도 들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러니 내 마음의 소리를 듣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내 안에서는 나를 지적하고 비판하는 소리가 아주 크게 들린다. 다만 조심히 듣다 보면 너는 이런 것을 해볼 수 있다고 말하는 희미한 소리도 들린다. 수많은 소리들 중에 무엇을 듣고 무엇을 흘려보내야 하는지 지혜롭게 가려내기란 얼마나 어려운가. 

책에서는 먼저 떠난 소중한 이들의 소리도 들어보라 한다. 소중한 대상을 떠나보낸 경험이 아직 없을 수 있다. 먼저 떠난 반려동·식물, 더 이상 연락을 하고 있진 않지만 어린 시절 따스한 말로 용기를 북돋워준 선생님이나 친구, 한때 교감했던 상상의 인물이나 자연의 소리까지 확장해 들어보기로 했다. 그들의 소리를 들으려 하자 한때 알았으나 오래 잊었던 것들이 돌아왔다. 

먼저 떠나보낸 사람이 없더라도 상상은 해볼 수 있다. 많은 일을 겪고 마침내 나는 나이가 들었다. 나를 아끼고 응원해주었던 소중한 사람 몇몇을 이미 떠나보냈다. 홀로 남아 작업을, 삶을 이어간다. 한때 나를 응원해 주었던 그리운 이들의 소리를 듣는 노년의 나. 그들이 평소 내게 자주 했던 소리가 들린다. 어떤 잔소리, 걱정과 타박. 건강하고 자유롭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 자신을 믿고, 포기하지 말고 밀고 나아가라는 애정 어린 언어. 

가는 데는 순서 없다. 내가 먼저 떠날 수도 있다. 남은 이들에게 나의 소리는 어떻게 남겠는가. 그들이 나를 떠올릴 때면 평소 그들에게 자주 했던 내 말이 들리지 않겠는가. 결심했다. 있는 힘껏 상냥해지기로. 소중한 이들에게 애정 어린 응원과 격려를 아끼지 않기로. 먼저 떠나더라도 내가 한 응원과 격려의 말을 꾸준히 들을 수 있도록.

지금까지 주변의 소리를 들어보고, 타인의 소리를 들어보고, 마음의 소리를 들어보고, 먼저 떠난 소중한 이들의 소리까지 들어보았다. 들리는 소리에서 들리지 않는 것까지 ‘듣기’를 연습하며 마주한 세계의 표정이 다채롭게 변화했다. 앞으로 듣기로 얼마나 많은 것이 바뀌게 될지 아직은 가늠할 수 없다. 

다만 알게 된 것이 하나 있다. 대상이 무엇이든 귀 기울여 들을 때 그것에 연결된다는 것. 외부의 소리이든, 주변의 사람이든, 나 자신이든, 영적 존재이든. 들음으로써 현재에 연결되고 자신에게 연결되고 세상에 연결된다. 앞으로도 들으며 살기를. 연결을 선택하기를. 그렇게 속삭이는 소리를 듣는다. 


샤인창조성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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