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라인사이트]어떻게 하면 엄마와 싸우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엄마와 싸우지 않고 지낼 수 있을까?

< 네번째 게스트, 수진의 이야기 > 



나에게
💬"가장 대화하기 어려운 사람은 누구세요?" 라고 묻는다면... 바로 가족이다.

가족은 사랑이란 이름으로 서로의 일에 쉽게 간섭하고 평가하게 되기 때문이다.
이번 설 명절도 그랬다.

엄마는 근무 중인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었다.
👵🏻📞 "타이어 지금 주문해라. 알았지?"
엄마 할 말만 하고 딱 끊어버리는데...
난 그런 엄마에게 화가 났다.

속으로 이런 생각을 했다.
🤦🏻‍♀️ '퇴근하고 전화해도 될 것을!
자기 생각만 하고 남 생각은 하나도 안 하지!
왜 엄마는 맨날 자기 멋대로야?'

이윽고 난 화가 나서 한 마디 했다.
👩🏻🔥 "왜 근무시간에 전화하고 그래?"

내 말에 가시가 느껴졌는지
엄마의 표정도 싹 변했다.

👵🏻 "네가 며칠 아기 봐달라고 해서 타이어 주문이 늦어졌잖아"

👩🏻 "... (침묵)"

좋은 이야기가 오고 갈 것 같지 않아서
일단 자리를 피했다.
밖에 나와 천천히 걸으며
방금 전의 대화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나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 지금 내 기분은 어떻지?
💬 나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그러자 방금 전의 일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화가 나는 줄만 알았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다른 감정도 있었다.
가장 큰 것은 아쉬움과 안타까움이었다.
근무 시간을 배려하지 않는 것에 대한 아쉬움,
가족들의 관계가 점점 멀어지는 것을 보는 안타까움이 섞여 있었다.

감정이 명료해지니 마음이 훨씬 가벼워졌다.
남동생이 바쁘면
알아서 전화를 받지 않았을 건데...
나의 예전 경험으로 미루어 보며
'남동생도 불편했을 것'이라 짐작했다는 것도 알아차리게 되었다.

 나에게 중요한 것은
❣️ '배려와 자기표현, 도움 요청' 이었다.
나는 근무시간에 대한 충분한 배려를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이고, 그로 인해 가끔 엄마에게 답답하고 아쉬웠던 느낌을 알려주고 싶었다.
원하는 것이 명확해지니 내 의도를 담아 다시 표현해 보고 싶은 용기도 생겼다.

〰️

생각을 정리하고 집으로 돌아와
엄마에게 말을 건냈다.

👩🏻 "엄마, 아까는 나한테 서운했지?
빨리 새 타이어로 바꾸고
안심하고 싶었을 텐데.
딸이 그 마음 몰라주는 것 같아서
서운했을 것 같아"

👵🏻 "좀 그랬지. 괜찮아"

👩🏻❤️ "서운하게 했다면 미안해.
사실 나 예전에 근무할 때는
일에만 집중하고 싶었었거든.
엄마 통화를 귀 기울여 듣고 싶은데...
할 일이 많아 그러지 못하니 너무 안타까웠어.
'시간 될 때 전화해' 라고 카톡 남기거나
'지금 전화 괜찮아?' 라고 물어봐 주면 나는 훨씬 좋은데, 엄마는 어때?"

〰️

12년 동안 대화법을 적용하면서
우리 가족에게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내 마음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었고,
자기중심적이었던 엄마도 예전보다 친절하고 부드러워졌다.

예전에는 나를 사랑하기 위해서 엄마와 담을 쌓아야 한다고 생각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요즘에는 나의 마음을 존중하고 표현한 덕분에 엄마를 더 이해하고 사랑하게 된 경험들을 많이 하고 있다.
이번 타이어 사건으로도 우리는 서로를 더 잘 이해하는 계기가 되었을 것이다.
 
〰️

누군가를 이해하고 싶다면,
나 자신을 먼저 이해하자.
자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진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 먼저 살펴보자.

나의 마음이 충분히 이해되고 수용되면,
관계 속에서 자연스럽게 '나'와 '타인'이
같이 상생할 수 있는 방향을 생각해 보게 된다.
인간은 홀로 살 수 없는 관계적 동물이니까.

✍🏻 타인을 진심으로 이해하는 길,
그것은 자신의 감정과 본심을 찾는 것부터
시작할 수 있을 것이다. 


수진 | 창조성학교 Leela 코치 & 대화코치
부부, 연인, 부모와 자녀, 직장동료의 대화를 돕는 일을 하고 있어요.

인스타그램 @sujin.coach
네이버 블로그 <관계는 훈련이다>